부사장 서님의 자리에는 작은 서가가 있습니다. 책이 굉장히 많지는 않지만 소설부터 PR 및 마케팅 전문 서적까지 옹골지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빌려온 두 권. <빅 무>와 <촐라체>.
<빅 무>(말콤 그래드웰 외 지음·김현정 옮김·황금나침반·2006)는 <보랏빛 소가 온다>로 유명한 세스 고딘을 비롯한 마케팅 전문가 및 컨설턴트 33명이 함께 쓴 책입니다. 원서의 부제가 'Stop Trying to Be Perfect and Start Being Remarkable'입니다. <보랏빛 소가 온다>도 그렇고 무언가 큰 깨달음을 준다기보다는 나를 깨어있게 하는 물방울 같은 책이어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촐라체>(박범신 지음·푸른숲·2008)는 소설가 박범신이 네이버에 연재한 소설로 이목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2007년 8월 9일 1화를 시작해 2008년 1월 7일 102화 에필로그까지 연재를 했습니다. "102회의 연재 기간 동안 100만 명 이상의 독자가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던 모양입니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고 문단에서도 '인터넷 문학의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인터넷이 문학을 구원? 호들갑은 그만"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2009-03-03)
문학의 새로움 ... 인터넷에서 만나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09-01-25)
거창하게 '인터넷 연재 소설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도 있지만 사실 인터넷 연재 소설은 PC통신 시절부터 있었던 것이고 작가(라기보다는 아마도 네이버)가 연재 시작 당시 내걸었던 '디지털 인터랙티브 소설'이라는 것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요.
"유명 작가"가 "유명 포털"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무게감이 좀 달랐던 것이겠지요(박범신이라는 브랜드에 네이버의 홍보가 한몫했을테고요. 인터넷 연재 소설이 아니라 포털 연재 소설의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 공지영, 황석영 등도 포털 연재에 가세했지요.
어쨌건 흥미로운 것은 이제 "유명 소설가"들도 독자들과 대화를 할 정도로 미디어(채널로서의 의미)의 환경이 변화했다는 점이지요. 가장 보수적인 동네로 꼽히는 문단의 "선생님"들조차 인터넷을 통해 독자를 만나는 일의 기쁨과 보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기성 언론을 대체할까?'라는 물음은 무의미해진지 오래입니다. 대체할까 아닐까, 의 질문이 더 이상 무력할 정도로 인터넷은 기성 언론의 대체물, 그 이상입니다. PR이 나아가야 할 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소셜미디어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것들, 흩어져 있던 것들, 중요치 않게 인식되던 것을 새롭게 규정하고 묶어서 방향을 제시하는 '촐라체'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저의 다음 세대는 Paper-less 세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간단한 자료나 글은 화면상으로 읽지만 좀 길다 싶거나 꼭 읽어두어야 할 자료들은 출력을 해서 읽습니다. 그런데 아마 저의 다음 세대쯤이라면 밑줄치고 메모하는 모든 작업을 화면상에서 하지 않을까, 소설조차도 화면상으로"만" 읽는 세대이겠구나 이런 생각 말이지요. 그들은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통할 것입니다(라고 하니 무슨 딴 세상 사람들 같지요. 분명 그 정도의 갭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무리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 해도 책 사서 읽을 사람이지만(하하) 책을 집어들었을 때의 두근거림과 책장을 넘기는 기쁨과 얼른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어하는 조바심과 책 한 권을 덮고날 때의 충만함을 컴퓨터가 다 구현해준다면? 혹은 다른 종류의 기쁨과 의미와 효용을 만들어낸다면? 또 모르는 것이지요.
박범신 작가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작가 생활 34년 동안 갖기 힘든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소비자)들에겐 어떤 것을 줄까요? 이 시대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네이버와 다음이 어떻게 소설을 제공하는가의 차이입니다.
네이버는 작가 블로그를 만들고 포스팅을 하듯 소설을 올렸습니다.
다음은 아예 '문학 속 세상'이라는 메뉴를 만들어 작가들"만"의 공간을 꾸렸습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네이버 쪽이 작가와의 거리를 좀더 좁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은 작가에게 권위를 제공하고 별도의 공간을 꾸림으로써 문학 팬들을(문학 팬들"만"은 아닌지 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좀더 수월하게 끌어당기는 듯하고요.
++
박범신의 <촐라체>는 아들 박병수의 각색·연출을 거쳐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블로그에는 소설 이후 기고문 등이 간간이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올라온다면 더욱 좋겠다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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